"손님은 거리가 많이 나가셔서, 티샷은 가장 나중에 치세요!"
한 번쯤 캐디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은 꼭 남성 골퍼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입니다. 티박스에서 호쾌하게 드라이버 샷을 날리고 어깨 펴고 내려올 때의 기쁨을 느끼는 것도 골프의 재미 중에 하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드라이버 샷을 가장 좋아하는 골퍼의 지극히 개인적인 드라이버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그동안 제가 사용해 본 드라이버는 "타이틀리스트 910"을 시작으로 하여 핑(K15, G20, G25, G30, New G, G400, G410 lst, G425, G430), 타이틀리스트(913, TS1, TSi2), 테일러메이드(SIM2 Max, SIM2 Max D, STEALTH, Original One, 300 mini), 캘러웨이(Rogue, Epic max) 그리고 일본 브랜드에서 야마하 RMX220, 프로그레스 BB4 SB01, 플라이하이트 THE G, 골든레이쇼 SWIFT, 에폰 AF-152, AF-153, 프로시드 Premium7, 제이빔 tour 425, 조디아 Z903, 제스타임 Noir, 발도 Ghibli, 료마 Maxima D-1 등 대략 30가지가 조금 넘습니다. 제가 느낀 미국 드라이버와 일본 드라이버 각각의 사용감과 자신에게 맞는 드라이버를 찾는 방법, 그리고 제가 꼽는 최고의 드라이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미국 브랜드
골프 드라이버 4대 메이저 브랜드는 모두 미국 브랜드입니다. 테일러메이드(Taylor Made), 캘러웨이(Callaway), 타이틀리스트(Titleist), 핑(Ping). 드라이버 시장의 80%를 4개의 메이저 브랜드가 점유하고 있습니다. 유독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지만 코브라(Cobra)의 드라이버도 상당히 판매가 잘되는 브랜드입니다.
제가 골프를 시작했던 2010년에는 드라이버 대량 생산기술의 한계로 미국 브랜드의 드라이버는 투박한 타감과 어설픈 마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일본 장인정신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수제 드라이버가 기술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몇 단계 위에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엄청난 자본력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미국 메이저 브랜드가 생산하는 드라이버가 기술, 디자인 등 어디 하나 빠지지 않고 오히려 앞서 나가는 느낌입니다.
미국 브랜드 중에서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한 브랜드는 핑입니다. "핑이 못 살리면, 못 살리는 것이다", "Ping die, You die" 정말 유명한 골프 멘트입니다. 제가 핑을 많이 사용한 이유도 바로 관용성 때문입니다. 티박스에서 핑으로 드라이버샷을 날리면 왠지 페어웨이를 지킬 것 같은 믿음이 있습니다. 저의 베스트 스코어를 만들어준 G400max는 아직도 중고 가격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전설의 명기로 통합니다. 다만, 최근에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핑 드라이버는 타감과 디자인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G425가 들려주는 목탁소리는 유명합니다. 연습장에서 누가 G425 드라이버를 사용하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관용성 덕분에 매번 구매를 고민하게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최근에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드라이버 브랜드는 테일러메이드입니다. 드라이버에 최초로 금속 소재를 사용한 브랜드로서 드라이버에 관해서 항상 획기적인 기술을 추가해 왔습니다. 무게추, 스피드 포켓, 트위스트페이스 그리고 최근에서는 카본페이스까지 진화했습니다. Tour AD HD 샤프트가 커스텀 된 SIM2 Max 드라이버를 아직도 주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젊은 느낌의 디자인과 함께 타감까지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골프 다이제스트의 비거리 데이터를 보면 테일러메이드가 항상 비거리 측면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은 경험도 타 브랜드의 드라이버보다 항상 비거리적으로 좋은 결과 값은 보여주었습니다.
타이틀리스트의 경우 항공우주 소재를 사용해서인지 타감이 매우 훌륭하고, 필드에서 최고의 간지와 함께 사용자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줍니다. 또한 캘러웨이의 경우 4대 브랜드 중에서 판매량이 가장 저조하지만 특유의 타감을 좋아하는 캘러웨이 마니아가 존재합니다.
2. 일본 브랜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근 일본 드라이버의 디자인이 산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메이저 한 드라이버 제조사로 야마하(Yamaha)나 젝시오(XXIO)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의 최신 드라이버인 야마하 RMX24나 젝시오 XXIO13의 디자인을 보면 무척 기괴해 보입니다. 사이버펑크 같고 억지스러운 모습에 골퍼로서 지갑을 열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일본 제품 특유의 깔끔하고 정교한 만듦새나 청명한 타구음 덕분에 아직도 매력적인 제품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미 드라이버 시장의 대세에서는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일본의 중소형 브랜드에서 여전히 고퀄리티의 드라이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고급 티타늄을 사용하고, 정밀 CNC 밀링 기술을 통해 엄청난 제품의 마감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도 명기로 통하고 있는 에폰의 AF-153은 뛰어난 관용성과 함께 옥이 굴러가는 듯한 맑고 청명한 타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아코디언 같은 모습으로 스프링 같은 효과를 만들어 주는 BELLOWS 솔을 장착한 BB4 SB01 같은 드라이버는 일본의 장인정신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드라이버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로프트 각과 라이각을 바꿔주는 슬리브 시스템을 아직도 채택하지 않고, 디자인을 등한시하고, 마케팅적인 한계를 보이는 모습이 많이 아쉽습니다.
발도(Baldo), 조디아(Zodia), 에폰(EPON) 등 일본의 여러 하이엔드급 브랜드에서 높은 수준의 제품을 꾸준하게 만들어 준다면 골퍼로서 선택의 기쁨 누릴 수 있을 것 같아 항상 마음으로 해당 브랜드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3. 최적의 드라이버 찾기
최적의 드라이버라는 것은 결국 개인의 취향이 중요합니다. 어떤 골퍼에게는 디자인이 맘에 드는 제품이 최고의 드라이버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골퍼에게는 핑의 G425 모델처럼 타감과 타구음은 무시하고, 철저히 관용성만을 극대화된 제품이 최고의 드라이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시니어 골퍼의 경우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정한 규정에는 어긋나지만 반발력이 극대화된 고반발 드라이버가 최고의 드라이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약간의 팁을 말씀드리면 드라이버 퍼포먼스의 30%가 헤드에서 그리고 70%가 샤프트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자동차의 엔진이 바로 샤프트입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샤프트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샤프트 선택에도 여러 기준이 있지만 "무게, 토크, 킥포인트" 이 세 가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골프를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이거나 대한민국의 표준적인 키와 힘을 가진 골퍼라면 무게 50g, 토크 5.0, 킥포인트 로우킥 정도면 무난합니다. 메이저 브랜드에서 제작한 드라이버의 SR 샤프트를 구매하는 것도 선택을 편하게 하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개인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추후에는 개별적으로 피팅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안전을 우선으로 코스 매니지먼트를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관용성 위주의 제품을 선택하였습니다.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골프공의 직진성을 높여 줄 수 있는 하이킥 샤프트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결론
여러 브랜드에서 매년 새롭게 출시되는 드라이버는 골프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물론 제조사가 매년 이야기하는 비거리 10% 증가, 역사상 최고의 관용성, 최첨단 소재 등의 마케팅 용어에 현혹될 필요는 없지만 선택의 즐거움을 느끼고, 새로운 기술이 추가된 드라이버의 성능을 즐기는 것도 골프를 즐기는 또 하나의 매력일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드라이버를 고민하기 전에 스윙 연습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한 자세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선택한 최고의 드라이버는 핑의 G400max입니다. 출시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G400max를 능가하는 관용성과 안정감을 주는 드라이버를 만나지 못했습니다.